기독교교육과23학번이정동삼가올림
2026-06-07 · 조회 0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여야 할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현장에서 자행된 선거관리위원회의 전대미문 부실 선거행정 사태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주권자의 신성한 표를 담아내야 할 투표함은 관료들의 무능과 태만으로 오염되었고, 이 땅의 절차적 정의는 처참하게 분쇄되었다. 이에 본인은 참담한 심정과 역사 앞의 엄중한 사명감을 온몸으로 껴안고, 무너진 공의의 성벽을 재건하기 위해 홀로 이 광장에 선다.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참정권을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보편적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적 착오나 실무적 과오가 결코 아니다. 이는 국민의 주권을 물리적으로 강탈하고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를 원천 봉쇄한 치명적인 행정 참사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이 황당무계한 사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과거 군부독재의 어두운 암흑 시절로 퇴행시킨 국가적 수치이자 전대미문의 폭거에 다름아니다.
더욱이 우리는 분노를 금치 못할 당국의 파쇼적 작태를 목도하고 있다. 선관위와 정권은 자신들의 치명적인 죄를 자성하기는커녕, 잠실 벌판에서 이틀간 철야하며 공정선거와 절차적 정의를 부르짖던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공권력의 포악한 칼날을 휘둘렀다. 평화적으로 항의하던 유권자들을 짓밟고 강제 연행하는 반민주적 폭거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행정의 무능으로 국민의 소중한 표를 쓰레기통에 팽개친 자들이, 도리어 불의에 항거하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현실이 정녕 독재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주권자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이자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 이 거대한 죄악을 임기응변의 기만과 공권력의 폭력으로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가당치 않은 오판이다.
이 참담한 역사적 현실 앞에서, 본인은 고개를 돌려 내가 몸담고 있는 광나루 선지동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장신대 학우들이여,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하나님께서는 약한 자를 압제하고 부르짖는 자의 소리를 외면하는 불의한 권력을 결코 좌시하지 않으신다. 성경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약자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고 공평과 정의를 강물처럼 흘려보낼 것을 명령하고 계신다.
이웃의 신성한 참정권이 유린당하고, 공정선거를 외치던 무고한 시민들이 잠실 벌판에서 경찰의 구류장으로 끌려갈 때, 하나님의 공의를 배우고 선포하겠다는 우리 장신대 청년 선지생도들은 왜 이토록 고요하단 말인가! 상아탑의 안락함 속에 숨어 웅크리고 있는 것은 예언자적 사명에 대한 비겁한 직무유기이자 역사 앞의 대죄다.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선지동산은 더 이상 선지의 요람이 아니요, 맛을 잃어 길가에 짓밟힐 소금일 뿐이다.
과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공의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골방을 깨치고 나와 광장에서 사자처럼 포효했다. 훼손된 참정권을 온전히 복원하기 위한 '전면 재선거 실시'만이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을 회복하는 유일한 구국의 길이며, 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맡겨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본인은 이 선언이 특정 정치적 진영의 아욕이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 오직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라" 하신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라, 공공 사회의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고 짓밟힌 인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나 개인의 순수한 선언이다.
동시에 이 외침이 홀로 메아리치는 광장의 고독한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침묵으로 동조했던 우리 자신의 안일함을 뼈아프게 자성하자. 장신대 학우들의 무뎌진 양심을 깨우고, 꺼져가는 정의의 불꽃을 다시 지피는 거룩한 마중물이 되자. 더 이상 침묵의 죄를 짓지 말자! 불의한 권력 앞에 선지동산의 살아있는 기개를 보여주자!
친애하는 선지동산 학우 여러분, 나섭시다! 싸웁시다! 마침내 공의의 깃발로 승리합시다!
2026.06.05(목),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23학번 이정동 삼가 올림
이 성명서는 장로회신학대학교 · 본교 아카이브에 수집·검수되었습니다.